일을 그만두고 백수 생활을 시작한지 무려 7개월, 프랑스에 도착한 지는 2개월이 지났다. 일 할 때는 그렇게 쉬고 싶었는데 7개월 가량을 집에서 쉬니 점점 온 몸이 퇴화하는 느낌이다. 근황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현재 와이프 처가집에서 이사를 갈 준비를 하고 있다. 6월달에 프랑스에 도착해서 여러군데 대학교에 석사 원서를 지원했으나 학사와 전공이 불 일치한다는 이유 혹은 그 밖의 알 수 없는 이유(별다른 말은 안했으나 함량 미달이겠지뭐..)로 Non-admis(불합격) 또는 liste d'attente(대기 명단)을 받아 몇 주간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와 다 떨어지면 뭘 해 먹고 살아야 하나 라는 고민으로 밤잠을 못 이루었다. 대학교 학사과정에서 Génie civil(토목 공학)을 전공을 했고 직장 생활을 토목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2년간 근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Géotechnique(토질 공학)과 전공 불일치라는 결과를 받은것에 대해선 의문점이 였으나 한국과 달리 지반 엔지니어는 Science de la terre(지구 과학)이라는 학사과정과 커리큘럼이 더 연계성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여튼 기나긴 나날 끝에 다행히 Savoie Mont Blanc 대학교 Géosciences Appliquées à l'Ingénierie de l'Aménagement(개발정비 공학에 관한 응용 지질학)에서 합격 통보가 날라왔고 이어 보르도 대학교 Géotechnique et géorisques(지반 및 지반재해 공학)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사실 보르도 대학교에서 합격 통보를 받기전 사부와 몽블랑 대학교에 갈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왜냐하면 5년 전 대학교 선택과 마찬가지로 학교의 주변 환경을 더 중요시 했던 터라..사부와 몽블랑 대학교는 알프스 바로 옆에 위치하여 캠퍼스 앞에 호수와 산이 펼쳐져 있는 정말 예쁜 학교였다. 학교에 입학하면 매주마다 등산을 해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등산 장비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보르도 대학교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몇 일을 고민하다가 처갓집과도 거리가 가깝고 규모 자체가 아무래도 보르도 대학교가 훨씬 크고 내 경력과 졸업하고 진출하고 싶은 분야가 보르도 대학교와 가까웠기에 아쉽지만 사부와 몽블랑 대학교에 입학 취소 메일을 전달하고 보르도 대학교에 입학 원서를 제출하였다.
이렇게 보르도로 결정을 하고 현재 보르도에서 거주할 집을 구하고 있는데 만만치가 않다. le bon coin이라는 프랑스에서 나름 큰(?)거래 사이트에서 집을 구하는 중인데 사기치는 사람들도 많고 괜찮은 집이 나오면 재빨리들 채가는 바람에 녹녹치가 않다. 집주인들은 다들 꼬박꼬박 집세를 낼 수 있는 CDI(정규직?)직장인들을 원하는 바람에 학생 부부라고 메일을 보내면 답장도 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루 종일 태블릿으로 새로운 집 광고가 나오나만 확인하고 있으니 눈이 계속 피곤하다. 하루 빨리 좋은 집을 구해서 보르도로 내려가고 싶다.